기아 신형 스포티지 시승기, 난코스서 펄펄…편안함·안정감 속 고성능
2년 전에 지어진 인터콘티넨탈 호텔 옆 도로 하워드 스트릿에는 2011년 신형 기아 스포티지 차량들이 다양한 색상으로 줄지어 있다. 마치 어린 신랑을 기다리는 새 색시같다. 화려하면서도 천박하지 않다. 우아함 속에 세상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열이 안개처럼 새어 나온다. 자신을 테스트하고 평가하려는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탑승을 기다리면서도 초조함 없이 의연하기까지 하다. 2011년형 기아 스포티지와의 정식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베이지역에 내려앉은 안개가 채 걷히기도 전인 22일 오전 9시30분 무렵부터 본격적인 신형 스포티지 시승행사가 시작됐다. 8가지 색상의 차량들이 골고루 배치됐다. 잘익은 앵두같이 먹음직스러운 빨간색을 필두로 격조있는 회색 화려한 은색 중후한 남색 그리고 갈색과 오렌지색을 섞어 놓았지만 촌스럽지 않은 색깔 등 모두가 차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지중해성 기후를 뽐내는 도시에서 유럽풍 디자인의 CUV는 전혀 이방인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오래된 연인들처럼 서로에게 녹아들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았다. 새 차에 처음 탈 때 느끼는 그런 어색함이 없다. 맞춤양복을 입은 듯 내 몸의 곡선을 그대로 받아 들인다. 편안함속에 시동단추를 누른다. '부르릉' 마치 야생마가 이제야 주인을 만났다고 환호성을 치는 듯 하다. 그렇게 준비된 말의 몸통에 출발을 알리는 신호를 준다. 변속기의 움직임은 부드럽다. 새 색시의 저고리 고름이 풀리는 듯 하다. 운전대의 느낌은 묵직하다. 그러나 뻣뻣하지 않다. 오히려 안정감을 더해 준다. 프리웨이로 접어들기 위해 좌회전하는데 코너링이 가뿐하다. 기아측이 준비한 코스를 주행하기 위해 280번 남쪽방향으로 달린다. 출근시간을 지났기 때문에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편안함 속에 속도를 올린다. 80마일에도 떨림이 거의 없다. 가속페달은 이미 길들여진 야구글로브가 야수가 원하는만큼만 벌어지듯이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만큼만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본격적인 주행코스는 280번 남쪽방향에서 마운틴 로드 출구로 빠져 해프문베이쪽으로 가다가 다시 남쪽으로 좌회전해 산타크루즈지역을 거쳐 북상 해프문베이에서 점심을 하고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하이웨이로 꼽히는 1번 하이웨이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은 꼬불꼬불 산길을 신차 주행코스로 택했다는 것은 기아가 그만큼 신형 스포티지의 성능과 각종 기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기아측이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했다. 내리막이나 오르막에서의 미끄럼 방지장치는 제대로 작동했고 구비구비 코너링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따라와 주었다. 파노라마 루프로부터 밀려드는 캘리포니아의 햇살들도 어느새 스포티지에 동승한 채 샌프란시스코를 향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가 만난 2011년형 기아 스포티지는 그렇게 새 차 같지 않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남긴 채 앞으로 출시 일자만 기다리고 있다. 귀가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토니 베넷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를 흥얼거린다. 가사 한 줄을 더 넣은 채.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with 2011 Kia Sportage'라고… 김병일 기자